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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영어점수 따야 병역특례 붙는데.. 공부할 시간 안준다" 토로

입력 2017.06.14. 03:03 수정 2017.06.14. 03:11

 

연대 대학원생, 교수에 폭탄 테러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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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사제 폭탄 폭발 사건이 발생한 연세대 캠퍼스는 삽시간에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마침 기말고사 기간이라 교내에 많은 학생이 있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해외 테러현장에서 사용된 급조폭발물(IED)과 비슷한 방식의 사제 폭탄으로 밝혀지면서 일반인들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특히 피의자가 연세대 대학원 재학생으로 드러나자 학교 안팎에서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 폭발 12시간 만에 대학원생 검거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이날 오후 8시 23분경 연세대 ‘텀블러 폭탄’ 사건의 피의자로 이 대학 기계공학과 대학원생 김모 씨(25)를 긴급체포했다. 폭발물을 사용해 인명 피해나 재산 손실을 입힌 혐의다. 경찰은 김 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이유를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김 씨가 피해자인 김모 교수(47)를 살해할 의도까지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김 씨는 정신과 치료 전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오랜 기간 김 교수에게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씨의 대학원 친구들에 따르면 올해 대학원(석·박사 통합과정) 7학기째인 김 씨는 아직 군대에 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김 씨는 병역특례업체 전문연구요원이 되길 희망했는데 합격 기준에 해당하는 영어 점수를 확보하지 못해 고민해왔다. 한 대학원생은 “김 씨가 텝스(영어평가시험의 한 종류)를 봤는데 원하던 성적이 계속 안 나온 걸로 알고 있다”며 “김 씨가 평소 일을 잘해 교수님이 맡긴 일이 많았는데 영어 공부를 할 시간이 부족하자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 씨도 경찰 조사에서 이런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묻지 마 테러’ 가능성보다 김 교수를 잘 아는 인물의 ‘원한 범죄’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김 교수와 관련 있는 일부 대학원생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분석하고 일부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러던 중 김 씨의 주거지를 찾았다가 검은 비닐봉지를 버리는 김 씨를 참고인으로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비닐봉지에는 수술용 장갑과 폭탄에 사용된 것과 같은 나사가 있었다. 김 씨는 사건 1시간 전 김 교수의 연구실 주변에서 돌아다니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범행 직전 폭탄을 만들 때 꼈던 수술용 장갑과 폭탄의 내용물을 버리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이를 앞세워 추궁하자 결국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가 사전에 김 교수의 일정을 파악했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전날 공과대 교수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이 강원 춘천시에서 열렸다. 워크숍에는 공과대 교수 대부분이 참석했으나 김 교수는 가지 않았다. 그리고 13일 오전 9시로 예정된 강의를 위해 오전에 연구실에 나왔다가 화를 당했다.

얼굴과 손등에 1∼2도 화상을 입어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김 교수는 원한 관계에 의한 범죄일 가능성에 대해 부인했었다. 별달리 남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수년 전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투명망토’ 기술을 연구해 주목받았다. 

○ 스탠퍼드대 로고 찍힌 텀블러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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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 교수는 13일 오전 8시 반경 평소대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제1공학관 4층 자신의 연구실로 출근했다. 김 교수는 문 앞에 놓여 있던 종이가방을 갖고 들어갔다. 이 안에는 높이 약 30cm, 가로세로 각 15cm(추정)의 종이상자가 있었다. 가방과 상자 모두 발송자 표시는 없었다. 김 교수가 내용물을 보려고 가방에서 상자를 꺼내 여는 순간 화염이 얼굴까지 솟구쳐 올랐다. 매캐한 연기가 나면서 화재 비상벨이 작동할 정도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연세대로 출동했다. 학생과 교수들은 건물 밖으로 피신했다. 군당국도 위험성폭발물개척팀(EHCT) 20명을 연세대로 보내 혹시 모를 추가 폭발 위험에 대비했다. 

폭발물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김 교수가 훨씬 큰 부상을 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 결과 상자에는 화약과 6mm 길이의 작은 나사 수십 개가 든 텀블러가 들어 있었다. 미국 스탠퍼드대 로고가 있는 이 텀블러에는 뇌관 역할을 하는 AA 규격의 건전지 4개가 달려 있었다. 박스를 열면 뇌관이 점화돼 텀블러가 폭발하며 나사가 밖으로 터져 나오는 방식이다. 나사까지 분출됐으면 김 교수가 더 큰 부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 관계자는 “화력이 부족해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IED는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서 사용된 ‘압력솥 폭탄’과 같은 원리다. 2010년 알카에다가 ‘엄마 부엌에서 폭탄 만드는 법’을 한 잡지에 소개하며 널리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슬람국가(IS)의 못을 사용한 IED를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세대는 이날 예정돼 있던 기말고사와 수업을 진행해 안전불감증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제1공학관 바로 옆 건물에서도 오전에 학생들이 시험을 치렀다.

신규진 newjin@donga.com·최지선·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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