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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아나운서 "수정할 수 없는 앵커멘트 읽어야 했다"

장슬기 기자 입력 2017.08.22. 14:03

[현장] MBC 아나운서 27명 방송출연·업무거부 기자회견 “신동호 아나운서국장 사퇴하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22일 MBC 아나운서 27명이 출연거부 및 업무거부 기자회견을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진행했다. 이날 이재은 아나운서는 “(동료 아나운서들이)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사무실에 앉아있는 게 고통스러웠다”며 “더 이상 누구도 떠나는 모습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수 없다”며 울먹였다.

 

“얼마 전 회사를 떠난 김소영 아나운서의 동기 이재은 아나운서입니다. 제 동기는 누구보다 실력있고 유능한 아나운서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뉴스 투데이에서 갑자기 하차하게 된 이후로 10개월 동안 방송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배제 당했고 떠밀리듯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5년간 11명의 선배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회사를 쫓기듯 떠났고 11명의 선배들이 마이크를 빼앗기고 마지막으로 제 하나밖에 없는 동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슬픔을 넘어 자괴감과 무력감·패배감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남아있는 아나운서도 마찬가지 마음이었습니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우리가 돌아갈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된다는 선배들 말씀대로, 자리를 지키고 실력을 키우고 회사가 나아지길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도 전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무실의 빈자리는 더 많아졌고 우리의 상처는 더 깊어졌습니다. 뉴스를 진행하는 동료 아나운서들은 늘 불안했고 마음을 졸였습니다. 뉴스를 전하는 사람으로서 확신을 가지고 사실을 전해야 하는데 방향이 정해져있는 수정하고 싶어도 수정할 수 없는 앵커멘트를 읽어야 했습니다.”

▲ 최근 MBC를 떠난 김소영 아나운서의 동기 이재은 아나운서가 22일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송출연거부 이유를 알리는 도중 울먹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이미지 크게 보기

▲ 최근 MBC를 떠난 김소영 아나운서의 동기 이재은 아나운서가 22일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송출연거부 이유를 알리는 도중 울먹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날 김범도 아나운서협회장은 “지난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방송배제와 각종 차별로 인해 MBC 아나운서들 중 12명의 아나운서가 회사를 떠났고, 11명의 아나운서가 부당전보됐으며 현 경영진은 비정규직 신분인 11명의 후배들의 약점을 이용해 치사한 언론탄압을 저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11명의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노조에 가입하거나 출연거부 등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출연거부 및 업무거부에 참여하지 않는 8명 아나운서 중 신동호 아나운서국장 등 3명은 보직자 신분이고 양승은·최대현 아나운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소속이 아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배현진 앵커는 기자로 전직해 아나운서국 소속이 아니다. 

이날 참가한 아나운서들은 신동호 국장에 대한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5년간 국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신 국장이 아나운서 인사차별에 있어 가장 큰 책임자라고 주장했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대표적인 피해자다.

▲ 22일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정은 MBC 아나운서는 한 고위 간부가 임원회의에서 '손정은이 인사를 하지 않았다'며 방송에서 하차시켰다고 폭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이미지 크게 보기

▲ 22일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정은 MBC 아나운서는 한 고위 간부가 임원회의에서 '손정은이 인사를 하지 않았다'며 방송에서 하차시켰다고 폭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손정은 아나운서입니다라고 제 자신을 소개하는 게 어색합니다”라고 운을 뗀 그는 “2012년 파업 이후 여러 방송에서 배제됐고, 2015년 이후에는 라디오 뉴스만 진행했으며 그나마 하고 있던 저녁종합뉴스마저 내려오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유를 알 수 없는채 하차했고, 직후 들려온 소문으로는 임원회의에서 한 간부가 ‘손정은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발언을 해 하차했다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당시 난 그 고위직 임원과 마주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사람들’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 제작진이 손 아나운서 섭외요청을 했지만 신 국장은 ‘손정은 말고 다른 사람은 없냐’고 말하는 등 출연을 막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허일후 아나운서 역시 이날 황당한 사례를 털어놨다. “2012년 이후 새로 생긴 미래전략실이란 곳으로 갔습니다. 정수기조차 없어 옆 사무실에 물을 얻으러 가야했던 곳이었습니다. 그곳에 제가 있을 때 제 모교에서 직업탐구 관련 특강 제의가 왔습니다. 당시 부서장은 ‘너가 지금 아나운서가 아니지 않느냐. 아나운서국에 있는 아나운서를 보내라’라고 했습니다. 몇 달 뒤 그 부서장은 저를 따로 불러 ‘지인의 딸이 아나운서 준비를 하니 만나달라’고 했습니다. 직업에 대한 가치와 존중이 없는 사람이 현재는 지역사 사장입니다.” 허 아나운서는 “당시 부서장은 안택호 안동MBC 사장”이라고 폭로했다.

▲ 22일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허일후 아나운서. 사진=이치열 기자이미지 크게 보기

▲ 22일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허일후 아나운서. 사진=이치열 기자

현재 뉴미디어 뉴스국에 소속된 신동진 아나운서 역시 신동호 국장을 비판했다. “2014년 4월 1급 정치범수용소라고 불리는 주조에 MD(비제작부서)로 발령이 났습니다. 당시 신동호 국장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신 국장은 정확하게 이런 워딩으로 얘기했습니다. ‘그런 건 가르쳐 주지 않는다.’ 회사는 말합니다. 부당전보자들의 발령지는 그 사람이 가장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이다. 김범도 아나운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스케이트장 관리입니까? 입사 31년차, 라디오 건강프로그램 10년 진행하고 의학관련 대학원에 진학해 주경야독으로 공부한 황선숙 아나운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심의국에서 프로그램을 심의하는 일입니까?” 

신동진 아나운서는 “이 모든 아나운서 잔혹사 중심에 있는 신동호는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없다”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 동료를 팔아치운 신동호는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싸움은 아나운서들만의 싸움이 아니다. 이미 MBC를 퇴사한 12명의 동료들이 ‘우리에게 이번엔 꼭 승리해달라’고 응원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다”며 “우리는 꼭 승리할 것이고, 승리는 신동호의 사퇴로 시작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 22일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동진 아나운서가 경영진이 못마땅해 했다고 전한 '아나운서 저널' 중 손석희 JTBC 사장 인터뷰 관련 부분을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이미지 크게 보기

▲ 22일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동진 아나운서가 경영진이 못마땅해 했다고 전한 '아나운서 저널' 중 손석희 JTBC 사장 인터뷰 관련 부분을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참가자들은 지난 17일 아나운서국 뿐 아니라 비제작부서로 전보된 이들까지 함께 회의를 통해 방송출연거부·업무거부를 결정했고, 지난 18일 오전 8시부터 방송출연거부·업무거부에 돌입했다. 다음은 방송출연거부·업무거부에 참여한 MBC아나운서 명단.

변창립 강재형 황선숙 최율미 김범도 김상호 이주연 신동진 박경추 차미연 한준호 류수민 허일후 손정은 김나진 서 인 구은영 이성배 이진 강다솜 김대호 김초롱 이재은 박창현 차예린 임현주 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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