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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몰락 10년사② 풍자와 웃음을 축출한 MBC 경영진들

김재영 MBC ‘PD수첩’ 등 연출, 현 송출실 근무 입력 2017.07.16. 08:00

[경향신문] 

M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 MBC제공이미지 크게 보기

M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 MBC제공

MBC에서 권력에 대한 비판이 사라지는 동안, 풍자와 해학도 사라졌다. MBC 사장들은 명민한 예능인들을 모욕했다. 이들을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쫓아내고, PD들의 제작 자율성을 함께 무력화시켰다. 

<무한도전>과 <라디오스타>가 국민을 좌경화시킨다고 믿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을까. 거짓말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도 무려 MBC 부사장이었다. 지난 10년간 MBC는 이런 이들에게 휘둘려 왔다. 

2014년 백종문 당시 미래전략본부장과 극우성향 인터넷신문의 모 국장은 최고급 한정식집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모 국장은 “(MBC) 예능이 국민을 좌파·좌경화하는 데 일등공신”이라면서 MBC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등을 문제 삼았다. 백종문 본부장은 “(예능PD와 작가가) 의도하고 있는 거지, 회사가 손을 못 대고 있는 것”이라며 평소 가지고 있던 저열한 인식을 드러냈다. MBC 경영진이 김태호 PD와 무한도전을 손보고 싶어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이 국민을 좌경화한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봅슬레이를 타고, 타지에서 고생하는 해외동포들을 위로하고, 군함도를 찾아 빼앗긴 역사를 알려주는 일이 좌파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라디오스타> MC들이 낄낄거리며 연예인들에게 돌직구를 던지면 시청자가 좌경화된다는 것일까? 놀랍게도 이 녹취록이 공개된 후 백종문 전 본부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웃음을 불온시하는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건 권력에 대한 집착과 강박이었다. 

김미화, 윤도현, 그리고 최양락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연예인 블랙리스트 논란이 일었다. 코미디언 김미화가 첫 번째 표적이 되었다. MBC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시사 프로그램의 대중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풍자와 해학이 있는 그의 방송은 큰 인기를 끌었고 동시간대 청취율 1위, 전체 프로그램 중 광고 판매율 2위를 기록했다. 8년여의 장수가 매우 당연했다. 하지만 당시 극우파들은 이 같은 객관적 성과지표에 아랑곳하지 않고 김미화를 흔들었다. 이들에겐 김미화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었다는 게 더 중요했다. 결국 김재철 사장은 김미화를 끌어냈다. 

어느 날 김재철 사장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김미화에게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기는 게 어떠냐’는 협박성 제안을 했다. 라디오 PD들이 즉각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김재철 사장의 측근인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은 여러 방식을 동원하기 시작했고, 결국 2011년 4월 뜻을 이루었다. 김미화 퇴출 소식에 하루 8000만원짜리 광고가 빠져나가기도 했다. PD들은 당시 DJ였던 김흥국의 경우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흥국은 당시 한나라당의 선거를 도왔던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MBC는 김흥국도 강제 하차시킨다. 이런 억지스런 과정을 거쳐 가수 윤도현, 배우 김여진도 MBC 라디오에서 추방되었다. 

그렇게 칼춤을 추던 김재철 사장이 2013년 5월 MBC를 떠났다. 김 전 사장은 그즈음 법인카드 불법유용, 무용가와의 스캔들 의혹, 무엇보다 최고의 방송사를 최악으로 만듦으로써 전국적인 인사가 되었다. 당시 최고의 라디오 풍자 프로그램으로 손꼽히던 <최양락의 재밌는 라디오>가 그의 퇴장을 다루었다. 김재철 전 사장이 떠나는 날 ‘MB님과 함께하는 대충 노래교실’ 코너에서 최양락과 배칠수는 ‘사장님이 나갔어요’와 ‘김 사장님’을 불렀다. 경영진은 격노했다. <나는 가수다>의 심사위원이기도 했던 베테랑 PD는 회사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이유로 3개월 정직의 중징계를 받았고, 작가는 퇴출당했다. 이어진 소송에서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까지 징계 이유가 없다며 무효를 결정했다. 인사위원장으로 이 징계를 주도한 안광한 부사장은 소송 기간 중 사장이 되었다.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는 안광한 사장을 꼽는 과정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정치풍자가 거세된 프로그램에서 홀로 분투하던 최양락은 지난해 6월 “다음주 월요일 8시30분에 만날게요, 웃는 밤 되세요”라는 주말 클로징 멘트가 무색하게, 그 월요일에 퇴출을 통보받았다. 14년 동안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떠나면서 그는 끝인사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예능 조연출이었던 입사 3년차 권성민 PD가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MBC가 너무나 부끄러웠다는 자기반성을 인터넷에 올렸다. 회사는 6개월 정직과 함께 수원에 있는 경인지사로의 전보를 명령했다. 법원은 이 두 가지 조치 모두를 무효로 판결했다. 그동안 권 PD는 수원까지의 출퇴근시간을 이용해 예능PD의 애환을 만화로 그렸고, 주변 방송 관계자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그를 미워하던 경영진은 만화의 내용 중 일부가 회사를 비방한다며 또다시 무효가 될 해고를 감행했다. 

MBC를 점령한 이들은 자리 보전과 승진의 욕망 때문에 공감능력이 사라진 사람들이었다. 풍자와 해학이 그들이 모시는 권력자를 불편하게 만들 것 같으면 곧바로 손을 들었다. 일부 극우파들의 생각이 그들의 잣대였고, 그 앞에서 총기어린 예능인들은 검열, 축출, 불법징계의 대상에 불과했다. 2017년 6월 참다못한 47명의 예능PD들이 실명으로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밝힌 성명서를 발표했다. 

“검열하는 거 진짜 웃긴다. 아무리 실력 있는 출연자도 사장이 싫어하면 못 쓴다. 노래 한 곡, 자막 한 줄까지 간섭하는 거 보면 지지리도 할 일이 없는 게 분명하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아무리 시청률을 잘 뽑아도 멀쩡히 하던 프로그램 뺏긴다. 생각하지 말고, 알아서 검열하고, PD가 아니라 노예가 되라 한다…. 웃기기 정말 힘들다. 웃기는 짓은 회사가 다 한다. 가장 웃기는 건 이 모든 일에 앞장섰던 김장겸이 아직도 사장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그만 웃기고 회사를 떠나라. 웃기는 건 우리 예능PD들의 몫이다.”

‘탄압’에도 불구하고, 날렵하고 유쾌한 풍자의 결을 지키고 있는 이들이 아직 MBC에 남아있다. 부도덕한 경영진들이 권력에 만취되어 있을 때, 편집실과 촬영장에서 온몸으로 창작하는 그들이 MBC다.

<김재영 MBC ‘PD수첩’ 등 연출, 현 송출실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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