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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고속道 휴게소에 초등생 혼자 남겨둔 담임교사.. 아동학대 논란까지

이정구 기자 입력 2017.06.24. 03:06

1시간 동안 엄마 기다려
배탈 나 버스에서 용변, 학부모에게 연락하니 
휴게소에 내려두고 가면 데리러 가겠다고 해

지난달 10일 오전 8시 30분쯤 경북 구미시 선산휴게소. 한 시간 정도 휴게소 이곳저곳을 혼자 돌아다니던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A양은 데리러 온 엄마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뜨렸다. 이날 아침 대구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출발해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으로 현장학습을 가던 A양은 배탈 때문에 버스 안에서 용변을 보게 됐고, 부끄러움 때문에 현장학습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50대 담임교사 B씨는 학부모와 연락한 뒤 휴게소에 A양을 홀로 남겨두고 다른 학생들과 버스를 타고 천안으로 떠났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지난달 말과 이달 22일 두 차례 B씨를 불러 아동학대 혐의를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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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A양이 타고 있던 버스에 담임교사 B씨 외에도 교과담당 교사 1명이 타고 있었지만 아무도 함께 내리지 않아 A양이 홀로 남았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딸이 혼자 휴게소에 남아 있는 걸 발견한 A양 어머니는 즉각 학교에 항의했고 교육청에 아동학대로 민원을 넣었다. B씨는 직위 해제돼 징계위원회에 부쳐졌다. A양은 전학을 간 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출발 전부터 배앓이를 하던 A양은 버스가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올라 첫 번째 휴게소인 칠곡휴게소를 지난 7시쯤 "화장실이 급하다"며 교사 B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B씨는 운전기사에게 갓길에 세워달라고 요청했지만 기사는 '갓길 정차는 불법이며 사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정차를 거부했다. B씨는 나머지 아이들을 버스 앞쪽으로 모으고 "오늘 일은 비밀로 하고 친구를 이해해줘야 한다"고 당부한 다음 A양이 버스 맨 뒷좌석에서 비닐봉지에 용변을 보게 했다. 이후 A양이 부모에게 이 사실을 전했고 A양의 어머니는 B씨에게 "현장학습을 보내지 않을 테니 아이를 휴게소에 내려두고 가면 데리러 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역 맘 카페 등에서는 "사춘기 여학생에게 아이들이 모두 있는 버스 안에서 용변을 보게 하고, 창피함 때문에 현장학습을 포기한 아이를 휴게소에 홀로 남겨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김모(여·37)씨는 "내 아이가 그런 일을 겪은 다음 보호자 없이 혼자 남았다면 가슴이 무너질 것"이라며 "보조교사가 있었는데도 아이만 남겨뒀다니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B씨는 대구광역시교원단체총연합회(대구교총)를 통해 "경황이 없어 아이를 홀로 남겨둔 실수는 인정한다"면서도 "아이 부모가 전화로 아이를 휴게소에 하차시키라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휴게소를 떠나고 나서도 아이와 수차례 통화하며 어머니가 왔는지 물었고, A양 어머니에게도 전화해 아이를 잘 만났는지 물었다"고 전했다. 대구시교육청은 A양 어머니가 "아이를 휴게소에 내려주라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연히 교사가 아이와 함께 남아 돌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내용의 민원을 냈다고 했다.

대구교총은 "휴게소 관계자에게 아이를 직접 인계하거나 본인이 남아 보호하지 못한 실수는 있지만, 학부모 주장에 따른 직위해제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구교총에 따르면 같은 반 다른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교사 B씨에게 "선생님은 잘못이 없다, 빨리 학교로 돌아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같은 학교 교사들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제출할 탄원서를 모으고 있다.

B씨의 조치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현장 교사들 의견도 있다.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29)씨는 "현장학습은 보조교사 동행이 기본인데 다른 선생님이 있었는데도 아이를 혼자 내버려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B씨의 아동 학대 혐의를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 여러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며 신중히 수사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고속도로 휴게소에 아이를 홀로 남긴 것은 방임 행위로 볼 여지가 있지만 6학년 나이를 고려하면 명백한 학대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부모 대신 학교에서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교사가 불성실하게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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