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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예산으로 일자리·소득 늘리겠다".. 문재인式 큰 정부 시동

김아진 기자 입력 2017.12.05. 03:20

[2018 예산안 잠정 합의]
與, 공무원 증원·기초연금 인상 등 대선 공약 재원 상당수 포함
사실상 원하는 것 다 얻은 셈
민주당 손 들어준 국민의당
지역구 SOC·새만금 예산 등 협상 과정서 實益 챙겨

여야가 4일 잠정 합의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공공부문 일자리, 초고소득자 증세,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대통령 공약 실천을 위한 재원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 대기업으로부터 법인세 등 세금을 추가로 걷고, 국가 재정을 투입해 곧바로 늘릴 수 있는 공무원 규모를 확대하고,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을 인상해 소득주도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문재인식 큰 정부' 구상이 현실화됐다. 이날 예산안이 정부·여당 뜻대로 대부분 관철된 데는 국민의당 협조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막판까지 최대 쟁점이 됐던 문제들은 대부분 문 대통령 대선 공약 관련 예산이었다.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지원금, 법인세·소득세 인상,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등은 모두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들이다.

여야(與野) 원내대표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8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뒤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정우택·더불어민주당 우원식·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이덕훈 기자이미지 크게 보기

여야(與野) 원내대표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8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뒤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정우택·더불어민주당 우원식·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이덕훈 기자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한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최우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청년취업률 지표는 외환위기 이래 최악 수준이다. 청와대는 국가 재정을 투입해 공무원 일자리를 5년간 17만4000개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산술적으로 필요한 매년 3만명의 증가분에는 못 미치지만, 이번 예산을 통해 중앙에서만 올해 7627명보다 증가한 9475명의 공무원이 내년에 증가하게 되면서 청와대는 명분을 챙길 수 있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또 핵심 경제 기조로 '공정 경제'를 주창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고소득자 증세를 위한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지원금이 예산안에 포함된 것 역시 주요 성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노동계를 끌어안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경제 구조 조정을 꾀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이 같은 공약 내용을 담은 경제 정책인 'J노믹스'를 발표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재원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예산안을 통해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화된 것이다.

야당은 당초 "문재인 정부 첫 예산은 무차별적 퍼주기" "세금 나눠 먹기"라며 반대했었다. "내년 예산에 반영해주면 그다음 해에도 또 반영해줘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40석의 국민의당이 막판에 민주당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이번 예산안은 큰 틀에서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대로 됐다. 이날 오전만 해도 여야 간 예산안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국민의당만을 끈질기게 설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를 불러내 "도와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원하는 중대 선거구제로의 개편 추진에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후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한국당은 공무원 증원과 법인세 인상에 강하게 반대했지만 총 8개항의 합의문 작성에 참여해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유보' 입장을 밝혔다. 한 국민의당 의원은 "우리 당이 민주당 편을 드니까 한국당은 전의를 상실한 것 같았다"며 "이번 예산안 협상은 원하는 걸 거의 다 얻은 민주당의 승리"라고 했다. 대신 국민의당은 협상 과정에서 '실익(實益)'을 상당히 챙겼다는 평가다. 국민의당은 지난달 29일 민주당을 설득해 10여년을 끌어온 호남KTX 무안공항 경유에 합의했다. 변경된 광주~무안~목포 구간 국회의원은 모두 국민의당 소속이다. 국민의당은 새만금개발공사 관련 특별법과 예산안도 얻어냈다. 정부는 새만금특별법이 통과되면 최대 3조원을 출자해 공사를 설립하게 된다. 국민의당 한 호남 의원은 "전체적으로 SOC 예산이 많이 깎였었는데 일부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예산과 직접 상관이 없는 선거구제 개편안도 거론했다. 국민의당 김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우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개헌과 함께 선거구제 개편 추진 등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한 지역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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