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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떼죽음 주범은 살충제였다

Knight 2017.07.06 06:23 조회 수 : 2

조선비즈

꿀벌 떼죽음 주범은 살충제였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17.07.06. 03:02

 

[유럽서 대규모 야외 실험]
-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33개 지역서 2년간 추적 조사.. 살충제 뿌린 농장의 꿀벌 24%↓
EU와 美 8개 도시, 판매 금지.. 국내선 같은 제품 여전히 사용

꿀벌을 떼죽음으로 내몬 주범이 살충제라는 사실이 유럽에서 실시한 대규모 야외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지금까지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 계열 살충제가 꿀벌에게 해롭다는 연구는 대부분 실험실 차원에 그쳤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대규모 실증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꿀벌의 위기는 곧 인류의 위기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100대 농작물 중 71종이 꽃가루받이를 벌에게 의존하고 있다. 이번 연구로 유럽의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판매 금지 조치가 연장되고 다른 나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70706030254283leud.jpg이미지 크게 보기

축구장 3000개 면적 조사

영국 생태수문학 연구센터의 리처드 파이웰 박사 연구진은 지난달 3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유럽 세 나라 33곳에서 2년간 진행한 조사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꿀벌은 물론, 뒤영벌 같은 야생벌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요크대의 암로 자예드 교수 연구진도 같은 날 사이언스에 옥수수 농장 근처의 꿀벌 집단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는 1980년대에 개발됐다. 포유동물에는 해가 없고 곤충만 죽여 큰 인기를 얻었다. 유럽에서는 보통 씨앗에 살충제를 묻혀 파종한다. 이러면 땅속의 해충까지 박멸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유럽, 호주 등지에서 꿀벌이 네 마리 중 한 마리꼴로 사라지는 이른바 '꿀벌 군집 붕괴 현상'이 벌어지면서 네오니코티노이드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연구진은 영국과 독일, 헝가리에서 축구장 3000개에 해당하는 20㎢ 면적을 조사했다. 그 결과 헝가리에서 실험 기간에 바이엘의 해당 살충제를 뿌린 농장에서는 일벌이 다른 곳보다 24%나 줄었다.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은 별 차이가 없었다. 캐나다에서는 옥수수 농장 500m 이내의 벌통 55개를 조사했다. 꿀벌이 활동하는 6개월 중 12주는 네오니코티노이드가 검출됐다. 연구진은 벌통에서 확인한 양의 살충제를 실험실의 꿀벌에게 주입하자 수명이 23%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해당 살충제가 꿀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행동을 변화시키고 온몸을 마비시킨다고 설명했다.

농약회사에 부메랑이 된 연구

유럽연합(EU)은 꿀벌 군집 붕괴 현상이 심각해지자 지난 2013년부터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3종의 사용을 금지했다. 미국도 8개 도시에서 이 살충제 사용을 금지했다. 해당 살충제를 만드는 바이엘과 신젠타는 즉각 반발했다. 실험실 차원의 연구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두 회사는 영국 생태수문학 연구센터에 대규모 야외 실험을 의뢰했다. 이번 논문이 그 결과물이다. 약 42억원이 들어간 연구가 오히려 이 회사들에 부메랑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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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서식스대의 데이비드 굴슨 교수는 BBC방송 인터뷰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가 벌에 해가 없다는 주장은 이제 근거를 잃었다"고 말했다. 캐나다 오타와대의 제러미 커 교수는 사이언스에 "지금까지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의 위험성은 줄여 말하고 혜택은 과대포장했다"고 밝혔다.

농약 회사들은 이번에도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독일에서는 살충제로 인한 꿀벌의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독일에서는 살충제가 뿌려지지 않은 야생화가 많았기 때문에 꿀벌의 피해가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아직은 곳간에 여유가 있어 당장 굶어 죽지는 않지만 이곳 역시 장기적으로는 견디기 힘들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경고문만 추가해

국내에서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일부 사용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14년 해당 품목에 대한 안전성을 재평가해 꿀벌에 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는 '꽃이 완전히 질 때까지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경고 문구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바이엘코리아 측은 "유럽은 종자에 살충제를 묻혀 써 파종 시 공기 중으로 퍼질 우려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물에 섞어 뿌려 분진의 우려가 적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살충제가 어떻게 사용됐든 모두 장기적으로 환경에 해를 입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는 농작물에 쓴 살충제가 토양을 통해 야생화로 스며들어 농작물을 찾지 않는 야생벌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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