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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이번엔 제대로? 정부가 깎아온 건보 지원액과 '문재인 케어'

홍진수 기자 입력 2017.08.15. 09:36 수정 2017.08.15. 10:45

 

[경향신문]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3800여개 비급여 항목을 모두 건강보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 ‘예비급여’란 완충 장치를 만들어놓기는 했지만,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에 발표한 대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최근 몇년간 흑자가 이어지면서 건강보험공단에 쌓인 적립금 21조원 가운데 절반 정도를 사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10조원은 지급준비금으로 남겨둬야 한다. 여기에 보험료를 최근 10년간 평균 수준(3.2%)으로 올리고 정부 지원금을 ‘제대로 받아낸다’면 30조원을 마련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복지부의 분석이다. 

눈에 띄는 것은 정부 지원금이다. 왜 ‘제대로 받아낸다’는 전제가 붙어있을까. 

현재 건강보험재정은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와 정부의 지원금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한다. 이중 14%는 일반회계 즉 국고에서, 6%는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조달한다. 다만 건강증진기금이 지원하는 금액은 그 해 부담금 예상수입액의 65%를 넘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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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난 10년간 정부가 이 돈을 제대로 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14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건강보험 예상수입액은 42조1733억원이었지만, 실제수입액은 47조3065억원이었다. 5조1332억원 차이가 난다. 예상치와 실제수입이 정확히 일치하기는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10% 이상 오차가 발생했다. 실제수입액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이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7조975억원이 아니라 8조5519억원이어야 했다. 건강보험공단이 1조4500억원 가량을 덜 받은 셈이다. 정춘숙 의원실은 이렇게 많은 차액이 발생하는 이유로 ‘정부의 조작’을 들었다. 정부가 건강보험공단에 지원하는 금액을 줄이기 위해 예상수입액을 일부러 줄여서 잡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정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터 제출받은 ‘건강보험가입자지원 예산 현황’을 보면 정부는 2014년부터 건강보험 예상수입액을 계산할 때 보험료 인상률만을 반영하고, 가입자수 증가나 가입자들의 수입증가분 등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 2016년 보험료 인상률은 0.9%에 불과했지만 건강보험 가입자수는 2.5% 증가했고, 수입(보수월액)도 3.1% 늘어났다. 이런 식으로 2007년 이후 10년간 정부가 건강보험공단에 주지 않는 지원금은 총 5조3244억원이다. 

정부도 할 말은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규정대로 돈을 다 대줄만큼 곳간이 풍족하지만은 않다. 국민건강보험법에도 “국가는 ‘매년 예산의 범위에서’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에서 공단에 지원한다”고 명시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그렇다면 건강보험공단은 앞으로 이 돈을 규정대로 받아낼 수 있을까. 간단히 답하면 여전히 20%를 다 받아내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많이 받아낼 가능성은 높다. 

정부의 건강보험 지원금에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달려있어, 규정대로 돈을 주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건강보험 예상수입액의 14%를 국고에서 지원할 때는 “예산의 범위에서”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예상수입액의 6% 상당을 지원할 수 있는 국민건강증진법에는 ‘담배부담금 예상수익의 65%를 초과할 수 없다’는 강력한 제한사항이 붙어있다. 실제로 건강증진기금은 지난 10년간 ‘65%’를 거의 채워서 지원했지만, 건강보험 예상수입액의 6%를 따라가지 못하기도 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강력한 의지를 밝힌 만큼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도 어느 정도는 ‘성의’를 표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쌓인 건강보험 누적흑자 21조원 중 절반 가량을 활용하고, 나머지 부족 부분은 국가가 재정을 통해 감당하겠다”고 약속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달 18일 국회인사청문회에서 “기재부와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박 장관은 “논리와 명분이 명확하다면 기획재정부에서도 충분히 동의하고 따라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재부가 어느 선까지 양보할 지는 미지수다. 정춘숙 의원실은 “일단 건강보험 예상수입액으로 지원금을 결정해 지원한 뒤, 실제 결산이 끝나면 남은 액수를 추가로 지원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복지부 관계자는 “사후 정산을 하게 되면 정부 재정의 탄력성이 없어지고, 정부 살림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건강보험 지원금도 국가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지 않으니 꾸준히 기재부와 협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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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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