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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단독] "국정원, 매년 박근혜 靑에 특활비 상납"

이현정 입력 2017.10.31. 04:03

檢 진술 확보..총40억 달해, 관련자들 出禁 조만간 조사
靑 흘러간 국정원 특활비 → 선거 불법지원 확인땐 파장 커질듯
檢, 이헌수 前실장 진술 확보 "2013년~15년엔 안봉근 2015년~17년 이재만에 건네"
朴 알았는지 집중 추궁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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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이 매년 10억원씩 모두 40억원 이상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상납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국정농단' 수사와 재판에서 지난 정부 청와대의 불법적인 금품 수수 진술이 확보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전직 국정원장들과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 및 기소가 이뤄질지 관심이다. 국정원 특활비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예산이라 청와대가 이를 불법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구체적으로 밝혀지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지난 24일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을 불러 이러한 내용의 진술을 확보하고 조만간 전직 국정원장들과 청와대 관계자들을 불러 진술 내용 등을 확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자들은 모두 출국금지됐다. 검찰은 당시 이 전 실장을 지난 정부 '관제시위(일명 화이트 리스트)'에 동원한 보수단체를 지원하라고 대기업을 압박한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뒤 특활비 상납 진술 등을 확보하고 귀가시킨 바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은 지난 정부 출범 이후 매년 정기적으로 국정원 특활비 중 10억원씩을 청와대 핵심 인사들에게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정부의 유일한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국정원 예산과 인사를 총괄해 왔다. 2013~2015년에는 안봉근 당시 대통령 제2부속비서관(50)에게, 2015~2017년에는 이재만 당시 대통령 총무비서관(50)에게 특활비를 건넸다고 한다. 

국가정보원이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진술은 1주년을 맞은 국정농단 수사를 완전하게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 수 있다. 전직 국정원장들과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 모두 곧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에는 2013년 3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남재준 전 원장,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는 이병기 전 원장, 2015년 3월부터 2017년 6월까지는 이병호 전 원장이 재직했다. 

두 전직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고리 3인방'이었지만 이미 구속기소된 정호성 전 대통령 부속비서관(48)과 달리 불구속 상태로 국회 국정조사 불출석 혐의(국회증언감정법 위반)에 대한 재판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국회는 최근 검찰 국정감사에서 두 사람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검찰은 이들을 대상으로 "청와대의 특활비 상납 지시가 있었는지" "박 전 대통령이 이 사실을 알았는지" "상납한 특활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이후 검찰 수사에선 청와대의 국정원 특활비 사용 내역이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특활비가 청와대를 거쳐 선거자금이나 정치자금으로 유용됐다면 수사의 범위와 파장은 예상하기 힘들 정도가 된다. 특히 특활비가 2014년 6월 4일 6회 지방선거와 지난해 4월 13일 20대 총선 당시 특정 후보자들에게 은밀하게 지원된 사실이라도 드러난다면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현재의 야당 의원들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두 전직 청와대 비서관이 사적으로 돈을 유용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검찰은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청와대의 비자금일 가능성도 있다.

또 수사팀 내부에선 새롭게 의욕을 다질 수 있는 분위기가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검사들이 흔히 하는 말로 이른바 '현찰'이 국정농단 수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년간의 수사에선 특활비뿐 아니라 어떠한 불법적인 자금 흐름이나 움직임도 새롭게 찾아내지 못했다. 이렇게 현찰이 등장하지 않으면 대개 수사의 맥이 빠지거나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불법 자금의 흐름은 수사뿐 아니라 재판에서도 움직일 수 없는 유죄 증거가 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롯데·SK로부터 모두 592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재판을 받고 있지만 문제의 돈은 국정농단 수사 초기부터 공공연하게 드러난 돈이었다. 수사와 재판을 통해 문제의 돈이 뇌물인지 등 그 성격을 두고 다툼과 논란이 거센 상황이라 새롭게 찾아낸 '현찰'이라 보긴 어렵다. 그러나 이번에 검찰이 확보한 구체적인 특활비 유용 진술은 수사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 상납 및 유용을 지시했다거나 그러한 사실을 인지했다는 의심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그 혐의로 추가 기소도 가능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17일 구속기소된 이후 이달 중순까지 지난 6개월 동안 80회의 재판을 받았고 이달 13일 구속이 연장된 이후 81회 재판부터 출석하지 않은 채 사실상 재판을 거부하고 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등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아직 검찰 수사를 받지 않은 전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다시 수사를 받거나 대거 새로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검찰 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법원 1심 재판에서 일관되게 "단돈 1원의 개인적 이익도 취득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국정원 특활비를 어디에 썼느냐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농단 관련자들의 남은 재판은 물론 진행 중인 국정원 수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편 지난 5월 19일 기획재정부가 국회 정무위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17 특수활동비 편성 내역' 자료에 따르면 가장 많은 특활비를 편성받은 기관은 국정원이었다. 지난해보다 약 70억원이 늘어 모두 4930억원이 편성됐다. 국정원은 인건비, 시설유지비 등이 보안을 위해 모두 특활비로 잡힌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2015년엔 4782억원이 편성됐다. 박 전 대통령은 2005년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 재임 때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수활동비에 대해 국회에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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